위험한 작업 방치, 지시 안 했어도 산안법 위반일까
COLUMN · 산업안전·형사
작성 2026. 11. 5. | 로엘법무법인 안광휘 변호사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나면 현장소장이 "그 작업은 시킨 적이 없다"고 항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근로자가 지시와 다른 방식으로 일하다 사고가 났다면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2026. 2. 12. 안전조치가 없는 작업이 계속될 것을 알고도 방치했다면 개별적인 지시가 없어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보아, 현장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판결의 기준과 현장에서 점검할 점을 정리합니다.
Q. 위험한 작업을 직접 지시하지 않았어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되나요? 대법원 2026. 2. 12. 선고 2022도16668 판결에 따르면 안전조치 없이 작업이 이뤄지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도 그대로 방치했다면, 그 작업을 개별적·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안전조치 의무 위반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은 파기환송되어 최종 결론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
고정볼트가 풀린 갱 폼과 함께 근로자가 추락한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은 아파트 골조공사를 하도급받은 회사의 현장소장이었습니다. 외벽에 설치된 작업발판 일체형 거푸집(갱 폼) 하나가 한 층 위로 올리는 도중 옆 갱 폼과 부딪혀 작업이 멈췄고, 크레인에 매달지 않은 채 하중을 받치지 않는 중간 볼트들만 풀린 상태로 2주 넘게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사고 당일 누군가 남은 상·하부 고정볼트까지 풀었고, 옥상에서 거푸집 해체 작업을 하던 외국인 근로자가 그 갱 폼에 올라갔다가 함께 약 30m 아래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1심은 유죄였지만 원심은 피고인이 옥상 안쪽에서 작업하라고 지시했고 사고 원인은 누군가의 볼트 해체라며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검사가 상고했고, 대법원은 무죄 부분을 파기해 대전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형식적 조치가 아니라 현장 실태에 맞는 조치여야 합니다
안전조치 의무를 지켰는지는 안전보건규칙 조항과 현장의 특성, 작업에 내재된 위험,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함께 따져 객관적으로 판단합니다. 대법원은 기존 판례(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0도3996 판결 등)를 인용해, 일부 조치가 있었더라도 예상 가능한 재해를 막을 정도에 이르지 못하면 규칙을 지킨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37조 제2항을 들어, 갱 폼은 크레인에 매단 뒤 고정철물을 풀어야 하는데 피고인이 시간을 이유로 볼트를 먼저 풀게 했고 작업절차도 알리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같은 구 규칙의 추락 위험 장소 출입 금지(제20조), 작업발판 설치(제42조), 고정철물 수시 점검 의무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 쟁점 | 원심(무죄) | 대법원(파기환송) |
|---|---|---|
| 옥상 안쪽 작업 지시 | 지시와 다르게 일한 근로자 쪽 사정 | 작업계획서에 기재 없고, 지시했어도 조치 부족 |
| 볼트 해체·점검 | 제3자의 해체가 원인, 점검 주의의무 없음 | 해체가 시작된 상태로 방치, 수시 점검 의무 있음 |
필자 대조로 덧붙이면, 판결이 적용한 구 규칙 제337조는 2023. 11. 14. 개정으로 현행 제331조의3으로 옮겨졌고, 작업절차 주지·고정철물 수시 점검·인양장비에 매단 뒤 해체 원칙은 현행 규칙에도 같은 취지로 남아 있습니다.
지시하지 않았어도 알고 방치했다면 위반죄가 성립합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1항, 제38조 위반죄는 안전조치 없이 위험한 작업을 지시한 경우뿐 아니라, 그런 작업이 이뤄지고 계속될 것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도 방치한 경우에도 성립합니다. 대법원은 이 경우 개별적·구체적인 작업 지시가 없었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인정한 '옥상 안쪽에서 작업하라'는 지시가 당일 작업계획서와 공사일보에 적혀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설령 그런 지시가 있었더라도, 피해자가 한국어에 서툴러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고 작업자들이 속도를 내려고 갱 폼을 발판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을 피고인이 미필적으로 인식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안전조치 의무 위반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여지가 크고, 업무상과실치사죄 판단에도 법리 오해가 있다고 했습니다.
환송심과 현장에서 확인할 것
피고인의 유죄가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대전지방법원이 다시 심리하게 되며, 환송 후 결론과 확정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1항의 법정형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이고, 업무상과실치사(「형법」 제268조)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필자 대조로 덧붙이면, 같은 법 제173조는 사용인 등이 위반하면 행위자 외에 법인에도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정하고 있으나 이 판결은 회사 처벌 여부를 다루지 않았습니다. 사망사고 과징금을 신설한 개정 내용은 산안법 개정, 사망사고에 영업이익 5% 과징금에서, 현장소장과 경영책임자의 책임 구분은 현장소장과 경영책임자, 책임이 갈리는 지점에서 다루었습니다.
실무에서는 작업이 잠시 멈춘 설비일수록 관리에서 빠지기 쉽다는 점을 자주 봅니다. 필자 해설로 덧붙이면, 중단 상태인 설비는 출입 통제와 매일의 점검 기록을 남기고, 작업 지시는 작업계획서에 적어 두며, 의사소통이 어려운 근로자에게는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했는지까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정리하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 형식적인 조치가 있었더라도 현장 실태에 비춰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못 미치면 위반입니다. 둘째, 위험한 작업을 직접 지시하지 않았어도 알고 방치했다면 위반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셋째, 이 사건은 파기환송되어 최종 결론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현장 사고로 조사나 재판을 앞두고 계신가요? 작업계획서, 공사일보, 안전교육·점검 기록, 당일 지시 내용과 전달 방법을 정리해 두시면 검토에 도움이 됩니다. |
참고자료
· 대법원 2026. 2. 12. 선고 2022도16668 판결 / 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0도3996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제167조·제173조 [시행 2026. 10. 27., 법률 제22122호] /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0조·제42조·제331조의3 [시행 2026. 3. 2., 고용노동부령 제450호] / 「형법」 제268조 [시행 2026. 10. 2., 법률 제22007호] —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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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광휘 로엘법무법인 파트너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법 전문 변호사 ·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 / 수원 근무 변호사 프로필 보기 |
| 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실관계는 대법원 판결문에 기재된 범위로만 서술했고 당사자와 회사명, 현장 위치는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인용한 판결은 파기환송 판결로, 피고인의 책임은 환송심에서 다시 정해지며 그 결론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본 칼럼은 해당 사건의 수임과 무관합니다. 개별 사건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광고책임변호사: 이태호 | © LAWL LAW FIR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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