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주민번호로 무통장 입금, 처벌될까

COLUMN · 형사 / 주민등록법

작성 2026. 11. 5. | 로엘법무법인 황인욱 변호사

ATM에서 무통장 송금을 하면 보내는 사람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라는 화면이 나옵니다. 이때 상대방이 알려준 다른 사람의 이름과 번호를 그대로 넣었다면, 돈을 보낸 것과 별도로 처벌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2026. 4. 2. 마약 대금을 이런 방식으로 송금한 사건에서 허락 없이 남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한 행위는 주민등록번호 부정사용이라고 보아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판결이 왜 그렇게 봤는지 정리합니다.

Q. 무통장 입금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면 처벌되나요?

대법원 2026. 4. 2. 선고 2026도1646 판결은 명의자의 허락 없이 그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 무통장 송금을 한 행위를 「주민등록법」 제37조 제1항 제10호의 부정사용으로 보았습니다. ATM에 입력하는 성명과 주민등록번호가 송금인 본인 확인 수단으로 쓰인다는 이유입니다. 이 죄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마약 대금을 남의 이름과 주민번호로 송금한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은 마약을 사면서 판매상이 알려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 ATM 무통장 송금을 했습니다. 피고인은 사기, 마약류관리법위반(향정), 주민등록법위반으로 기소됐고, 원심인 부산지방법원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026. 4. 2.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공개된 판결문에는 사기 부분의 구체적인 내용, 송금 금액과 횟수, 선고된 형량이 적혀 있지 않아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ATM에 넣는 주민번호는 본인 확인 수단으로 봤습니다

대법원은 주민등록번호 부정사용죄가 신분증을 보여주지 않고 이름과 번호만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겨냥한 규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 절차에서 소지자의 허락 없이 허락받은 것처럼, 또는 자신이 소지자인 것처럼 번호를 쓰면 이 죄가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무통장 송금이 이 절차에 해당하는 근거로 대법원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을 들었습니다. 금융회사는 거래자의 실명으로 거래해야 하므로 개인이 송금할 때 송금인의 실명을 확인해야 하고, 같은 법 시행령 제4조의2 제1항 제1호는 주민등록증 등으로 확인하도록 합니다. ATM에서는 신분증을 확인할 수 없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입력으로 본인을 확인한다는 것이 판결의 설명입니다.

판단 요소대법원이 본 내용
어떤 절차인가신분증 없이 이름·번호만으로
본인을 확인하는 ATM 송금
허락이 있었나명의자의 허락 없이 입력,
허락받은 것처럼 사용
결론「주민등록법」 제37조 제1항 제10호
부정사용에 해당

판결이 참조한 대법원 2013. 10. 17. 선고 2013도6826 판결도 같은 법리를 밝혔습니다. 그 사건은 명의를 도용해 가장 대출을 일으키면서 전산 프로그램에 남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한 경우였습니다. 신분증 없이 전산에 번호를 입력하는 방식도 개인 식별 용도의 사용으로 평가된다는 점이 두 판결에 공통됩니다.

'판매상이 알려준 번호'라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피고인은 판매상이 알려준 이름과 번호로 송금했을 뿐이어서 명의자가 허락하지 않았다는 사정을 몰랐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법원은 우선 이 주장이 상고심에서 처음 나온 것이라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불법 마약거래에서 판매상이 추적 가능한 자기 명의를 쓰거나, 그런 용도를 허락한 제3자 명의를 쓴다고 인식하기는 통상 어렵다는 점에서도 주장이 이유 없다고 보았습니다. 거래의 성격 자체가 허락이 있었다는 믿음을 뒷받침하기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나머지 상고이유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마약류관리법위반(향정)죄의 성립과 공소사실 특정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은 배척됐습니다. 형이 무겁다는 주장은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상 10년 이상의 징역 등이 선고된 사건에서만 상고이유가 되므로 판단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마약 사건 초기의 절차는 마약 초범에게 열려 있는 두 갈래에서 다뤘습니다.

남의 번호를 입력하기 전에 짚어 볼 것

현행 「주민등록법」 제37조 제1항 제10호는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부정하게 사용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같은 호 단서에 따라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 또는 그 배우자 사이에서는 피해자가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필자 해설로 덧붙이면, 판결이 제시한 요건은 '허락 없이 허락받은 것처럼' 쓰는 것이므로 명의자의 허락 여부가 핵심이 됩니다. 다만 이번 판결은 불법 마약거래 사안이어서, 정상적인 거래에서 남이 알려준 번호를 입력한 경우의 인식 문제는 거래 성격과 경위에 따라 따로 판단될 것으로 보입니다. 송금은 가능하면 본인 명의로 하고, 부득이 남의 명의를 써야 한다면 허락받은 경위를 남겨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필자가 형사 사건을 상담하다 보면, 송금 경위를 묻는 질문에 상대방이 시키는 대로 입력했을 뿐이라고 답하시는 분을 종종 만납니다. 이번 판결로 보면 송금의 원인이 된 범죄와 별개로 주민등록법위반이 함께 기소될 수 있으므로, 수사 초기에 송금 경위와 명의자와의 관계를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하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 ATM 무통장 송금 때 입력하는 주민등록번호는 본인 확인 수단으로 평가됩니다. 둘째, 명의자의 허락 없이 그 번호를 입력하면 주민등록번호 부정사용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불법거래 상대방이 알려준 번호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허락을 믿었다고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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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대법원 2026. 4. 2. 선고 2026도1646 판결 / 대법원 2013. 10. 17. 선고 2013도6826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 「주민등록법」 제7조의2·제37조 [법률 제20677호, 시행 2025. 7. 22.] — 국가법령정보센터
·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3조 [법률 제20894호, 시행 2025. 4. 1.] / 같은 법 시행령 제3조·제4조의2 [대통령령 제35038호, 시행 2024. 12. 27.]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사소송법」 제383조 [법률 제22009호, 시행 2026. 10. 2.] —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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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욱 로엘법무법인 파트너변호사 (대구 근무)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법 전문 변호사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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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실관계는 대법원 판결문에 기재된 범위로만 서술했고 당사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제외했습니다. 인용한 판결은 상고기각 판결이며, 원심 판결문은 확보하지 못해 선고 형량과 사기 부분의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본 칼럼은 해당 사건의 수임과 무관합니다. 개별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광고책임변호사: 이태호 | © LAWL LAW FI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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