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헹굼 없이 한 음주측정, 증거가 될까

COLUMN · 형사 / 음주운전

작성 2026. 10. 30. | 로엘법무법인 이범주 변호사

음주단속에서 호흡측정을 할 때 경찰관은 먼저 입을 헹굴 물을 건네야 합니다. 입 안에 남은 알코올 때문에 수치가 실제보다 높게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한 절차입니다. 그런데 이 물을 받지 못한 채 측정이 이루어졌다면, 그 수치를 처벌의 증거로 쓸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2026년 10월, 입헹굼물을 주지 않고 한 호흡측정 결과는 원칙적으로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이 판결을 중심으로 측정 절차와 증거능력의 관계를 정리합니다.

Q. 음주측정 전에 입을 헹굴 물을 받지 못했다면 그 측정 결과는 증거가 될 수 있나요?

원칙적으로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입니다. 대법원 2026. 10. 1. 선고 2025도16613 판결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정한 입헹굼물 제공 절차를 거치지 않은 호흡측정 결과를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의 위법수집증거로 보았습니다. 예외적으로 증거로 쓰려면 그럴 만한 특별한 사정을 검사가 증명해야 합니다.

잠든 채 측정된 0.081%, 어떤 사건이었나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은 2019년 음주운전으로 벌금 약식명령이 확정된 뒤, 2023년 12월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0.08% 미만 상태로 약 3km를 운전했다는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경찰은 도로 한가운데 시동이 걸린 차 운전석에서 사람이 자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잠든 피고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한 뒤 지구대 벤치에 눕혔습니다.

한 경찰관이 종이컵에 생수를 담아 다가갔지만 피고인을 깨우지 않고 동료의 손짓에 돌아섰고, 이후 물은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경찰관들은 누워 있는 피고인의 입가에 측정기를 거듭 갖다 댔고, 피고인이 응하겠다고 한 뒤 숨을 불어 0.081%가 나왔습니다. 석방 전까지 1시간여가 있었지만 입을 헹구고 다시 측정하자는 요구는 없었습니다.

1심과 원심은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원심은 물을 받지 못한 데에는 피고인 책임이 있어 신빙성의 문제일 뿐이고, 잔류 알코올의 일반적 소멸시간에 비추어 측정 결과도 대체로 정확하다고 보았습니다.

입헹굼물 제공은 시행규칙이 정한 측정 절차입니다

「도로교통법」 제44조 제2항은 경찰공무원이 호흡조사로 음주 여부를 측정할 수 있게 하고, 측정의 방법과 절차는 행정안전부령에 맡깁니다(현행 제6항, 사건 당시 제5항). 이에 따라 2023. 7. 4. 시행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27조의2 제2항 제1호 나목은 호흡조사 때 입 안의 잔류 알코올을 헹굴 수 있도록 운전자에게 음용수를 제공하도록 정했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절차는 경찰청이 2017년 내부 단속지침에 공식 도입했고, 2023년 부령으로 올라갔습니다. 트림이나 구토, 구강청정제 등으로 입 안에 남은 알코올이 날숨에 섞이면 수치가 실제보다 상당히 높게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쟁점원심대법원
물 미제공의 의미신빙성의 문제적법절차 위반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잠들어 있던 사정피고인에게 귀책사유절차 면제 사유가 아님
깨워서 제공할 기회 있었음
시간 경과잔류 알코올 소멸로
대체로 정확
20분 경과만으로
과대측정 위험 해소 안 됨
결론유죄 유지증거능력 부정
파기환송(대전지방법원)

대법원이 측정 결과를 증거에서 뺀 이유

대법원은 이 시행규칙 조항을 단순한 업무 편의 규정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 보장과 직결된 법규명령으로 보았습니다. 측정 수치는 면허 정지·취소와 형사처벌로 이어지므로, 정확한 측정을 위한 절차는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가 말하는 적법한 절차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측정 결과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없습니다.

대법원은 운전자가 실제로 입을 충분히 헹굴 것까지 요구되지는 않고, 물을 건네며 헹구도록 안내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다만 그 제공 자체는 실제로 있어야 하고, 운전자가 잠들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생략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위법수집증거라도 예외적으로 쓸 수 있는지는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 등이 제시한 기준으로 따졌습니다. 대법원은 술을 마친 뒤 20분이 지나면 잔류 알코올 영향이 사라진다는 연구는 통제된 실험조건을 전제로 하므로 실제 단속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또 깨워서 물을 줄 기회가 충분했고 시행규칙 시행 후 반년 가까이 지난 때였다는 점을 들어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음주단속을 받은 운전자가 확인할 것

필자가 음주운전 사건을 상담하다 보면, 측정 당시 물을 받았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이 판결 이후에는 측정 직전에 물이 제공됐는지, 헹구라는 안내가 있었는지가 수치만큼 중요한 확인 사항이 될 수 있습니다. 수사기록에 그 경위가 어떻게 적혀 있는지부터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필자 해설).

다만 절차를 어겼다고 언제나 결론이 같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운전자가 스스로 입을 충분히 헹궜거나, 경찰관이 측정 직전 20분 동안 트림·구토·구강청정제 사용 등이 없었음을 확인한 뒤 측정했다면 절차가 본질적으로 침해되지 않았다고 볼 여지를 남겼습니다. 이 사건도 파기환송이어서 대전지방법원의 최종 결론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운전 종료와 측정 사이의 시간 문제는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 주장, 22분 뒤 측정했다면에서 다뤘습니다.

물을 받지 못했다면 측정 전에 헹굴 물을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절차 위반을 이유로 측정 자체를 거부하면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2항의 측정거부 처벌 문제가 따로 생길 수 있습니다(필자 해설). 측정거부의 처벌은 음주측정을 거부하면 더 무거워지는 이유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정리하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 호흡측정 전 입헹굼물 제공은 시행규칙이 정한 측정 절차입니다. 둘째, 이를 거치지 않은 측정 결과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없고, 운전자가 잠들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생략할 수 없습니다. 셋째, 예외 인정 여부는 구체적 경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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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대법원 2026. 10. 1. 선고 2025도16613 판결 — 대법원 판례속보
·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27조의2 [시행 2026. 8. 24., 행정안전부령 제636호] — 국가법령정보센터
· 「도로교통법」 제44조·제148조의2 [시행 2026. 10. 13., 법률 제22067호] /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시행 2026. 10. 2., 법률 제22009호] — 국가법령정보센터
· 같은 날 발행 칼럼: 원샷 내기 음주 사망, 업주 과실치사 책임

이범주 로엘법무법인 파트너변호사 · 부산 근무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법 전문 변호사 · 이혼 전문 변호사
사법연수원 수료 · 동국대학교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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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실관계는 대법원 판결문(판례속보 공개본)의 범위로만 서술했고, 당사자와 지구대는 특정하지 않았습니다. 인용한 판결은 파기환송 판결로, 환송 후 결론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본 칼럼은 해당 사건의 수임과 무관합니다. 개별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광고책임변호사: 이태호 | © LAWL LAW FI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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