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가 밀렸다고 물을 끊으면
COLUMN · 형사
작성 2026. 9. 9. | 로엘법무법인 인천분사무소 이수현 변호사
월세가 밀린 세입자에게 물을 끊었다가 형사사건이 된 판결이 공개됐습니다. 인천지방법원이 오피스텔 건물주에게 권리행사방해죄로 벌금형을 선고한 사건으로, 「우리법원 주요판결」에 2026. 9. 2. 게시됐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계약서에 단수 약정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도 정당행위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아래는 공개된 판결문과 게시 요지에 나타난 범위에서만 정리한 것입니다.
Q. 세입자가 월세를 내지 않으면 단수나 단전을 해도 되나요? 임대인의 건물에 설치된 설비라도 임차인의 권리의 목적이 되어 있으면 이를 떼어 내 물을 끊는 행위는 「형법」 제323조의 권리행사방해죄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인천지방법원 사건에서는 계약 당시 작성한 이행각서에 1개월 미납 시 단수 약정이 있었는데도 10일 만에 단수한 점 등을 들어 정당행위 주장이 배척되고 유죄가 선고됐습니다. |
약정보다 먼저 끊은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공개된 판결문에 따르면 오피스텔 건물주인 피고인은 관리 직원들에게 월세 선납입일부터 7일이 지나도록 내지 않으면 즉시 단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세입자가 선납입일에 내지 않자 10일 뒤 관리 직원이 주거지 앞 수도배관의 일부를 철거하는 방법으로 물을 끊었습니다.
피고인은 단수가 약정에 따른 것이어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임대차계약 당시 작성된 이행각서가 정한 기준은 1개월 미납이었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단수가 이뤄진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공소가 제기된 죄명은 폭력행위처벌법위반(공동재물손괴등)이었으나, 법원이 인정한 죄명은 권리행사방해였습니다. 선고된 형은 벌금 50만원이고, 미납 시 10만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의 노역장 유치와 가납명령이 함께 선고됐습니다. 이 판결은 제1심이며 항소 여부는 공개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습니다.
내 건물 설비인데 왜 손괴가 아니라 권리행사방해인가
「형법」 제366조의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대상으로 합니다. 건물주가 자기 건물의 수도배관을 떼어 냈다면 객체가 자기 물건이어서 이 조문에는 들어맞지 않습니다.
그 자리를 메우는 것이 제323조입니다. 이 조문은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을 취거·은닉 또는 손괴해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합니다. 세입자가 쓰고 있는 설비는 임차권이라는 권리의 목적이 되어 있으므로, 소유자가 자기 물건에 손을 대도 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객체 요건은 엄격합니다.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도4578 판결은 취거·은닉·손괴한 물건이 자기의 물건이 아니라면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반대로 방해의 정도는 느슨해서, 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6도13734 판결은 이 죄가 성립하는 데 현실로 권리행사가 방해되었을 것까지 필요하지는 않다고 보았습니다.
| 구분 | 재물손괴 제366조 | 권리행사방해 제323조 |
|---|---|---|
| 객체 | 타인의 재물·문서 | 타인의 점유·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 물건 |
| 행위 | 손괴·은닉 기타 효용 침해 | 취거·은닉·손괴 |
| 법정형 | 3년 이하 징역 700만원 이하 벌금 | 5년 이하 징역 700만원 이하 벌금 |
| 건물주 단수 | 자기 물건이면 해당 어려움 | 성립 가능 |
정당행위는 다섯 가지를 모두 넘어야 인정됩니다
약정이 있었다는 사정은 위법성 조각 단계에서 다뤄집니다. 판결문이 인용한 법리는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5도8074 판결 등이 정리한 정당행위의 다섯 요건입니다. 동기·목적의 정당성, 수단·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균형성, 긴급성, 그리고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차임을 받기 위해 다른 적법한 절차를 취하는 것이 곤란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보충성이 충족되지 않으니 동기·목적의 정당성과 수단·방법의 상당성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법익균형도 부정됐습니다. 건물주가 지키려던 이익은 차임의 수납이고, 세입자가 잃은 것은 주거에서 물을 쓰는 이익입니다. 법원은 건물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단 1회의 월세 연체만으로 단수가 정당화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참고로 위 2005도8074 판결은 사무실 임차인이 명도의무를 지체하자 임대인이 단전조치를 한 사안에서 정당행위 주장을 배척한 사례입니다.
일반적으로 남는 시사점
임대인 입장에서 이 판결이 남기는 메시지는 약정이 곧 면허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계약서에 단수·단전 조항을 넣어 두었더라도 그 조항이 정한 요건보다 앞서 실행하면 약정의 보호 범위 밖으로 나가고, 요건을 지켰더라도 위법성 조각은 다섯 요건을 따로 통과해야 합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단수·단전이 이뤄진 시점과 방법을 기록해 두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인천에서 임대차 사건을 다뤄 본 경험에 비추어 보면, 다툼은 연체 사실 자체보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공급을 끊었는지에서 갈립니다. 밀린 차임은 계약 해지와 명도, 보증금 정산 같은 법이 정한 절차로 회수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정리하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 자기 건물의 설비라도 임차인의 권리의 목적이면 제323조의 객체가 됩니다. 둘째, 계약서의 단수 약정은 정당행위를 자동으로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셋째, 이 사건은 제1심 판결이고 항소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확정된 결론으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단수·단전 문제로 분쟁이 생기셨습니까? 계약서와 이행각서, 공급이 끊긴 날짜와 통보 내역을 정리해 두시면 검토가 빠릅니다. |
참고자료
· 인천지방법원 「우리법원 주요판결」 2026. 9. 2. 게시분(2025고단 권리행사방해, 비실명 처리본) — 인천지방법원
· 「형법」 제323조·제366조·제69조·제70조 [법률 제21450호, 시행 2026. 9. 13.] —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도4578 판결 / 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6도13734 판결 /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5도807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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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현 로엘법무법인 파트너변호사 인천 근무 / 형사·이혼 사건 담당 변호사 프로필 보기 |
| 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인용한 사건은 제1심 판결이고 항소·확정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공개된 판결문이 선고일과 사건번호 일부, 당사자 표시를 비실명 처리하고 있어 선고일·사건번호를 특정하지 않았고, 당사자와 건물의 상호·소재지는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본 칼럼은 해당 사건의 수임과 무관합니다. 개별 사건은 계약 내용과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광고책임변호사: 이태호 | © LAWL LAW FIR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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